[스페셜#4] <SF와 함께라면 어디든> 심완선 평론가 북토크 현장을 공유합니다!

콘텐츠를 온/오프라인에 무단으로

유포/공유할 경우 법적인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포스트 이미지

 

스테디오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심완선 크리에이터의 신간 <SF와 함께라면 어디든>의 첫 장을 펼치면 이렇게 시작합니다.

 

SF 소설을 읽으면서 들은 말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근데 SF가 정확히 뭐야?” “재밌어?” “너는 왜 그런 거 읽어?” 그런 거, SF가 무엇일까요.

 

예술 장르를 규정하기는 언제나 어려운 일입니다. 예술은 정형화된 틀 안에서만 머물지 않고, 자꾸만 정의 너머의 세계를 향해 뛰쳐나가며 발전하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훌륭한 작품의 위치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그 작품이 위치한 세계가 어떤 모습의 세계인지를 구체화하고 파악하려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그려지지 않은 지도 위에 새로운 나라의 위도와 경도를 새겨 놓을 수는 없으니까요.

때문에 평론가는 아무리 적확하게 표현하려 해도, 단어 사이로 끊임없이 미끄러지는 세계를 포착하려 듭니다. 평론가들이야말로 어쩌면 가장 멋진 모험가일지도 모릅니다. 실패할 것을 알면서도 장르의 지도를 가장 정확하게 그려보려는 사람들이니까요.

 

포스트 이미지

 

스테디오에서는 물론, 전방위로 활발하게 SF의 세계를 탐구하는 심완선 평론가의 신간 <SF와 함께라면 어디든>의 발간을 축하하며 학교도서관저널 출판사와 스테디오가 함께 북토크를 준비했습니다. 작년인 2022년, 영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 <저주토끼>의 저자 정보라 작가가 진행자로 참여하며 행사를 더 멋지게 빛내주셨습니다. 

 


 

포스트 이미지

 

지난 21일 화요일 늦은 저녁. 홍대에 위치한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 플랫폼P에서 진행한 북토크는 약 2시간의 긴 시간 동안 정보라 작가님과 심완선 평론가는 SF를 중심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자신이 처음 읽은 SF에 대한 이야기나 이번 저서에서 나온 여러 책 중에 가장 추천할 만한 작품 등 정말 ‘SF’에 대한 이야기도 있었지만, 심완선 평론가의 로스쿨 경험 등 보다 일상적인 이야기로도 뻗어가곤 했습니다.

<SF와 함께라면 어디든>의 책이 SF라는 ‘그런거’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듯, 이번 북토크에서도 SF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과 답이 계속해서 물꼬를 틀며 이루어졌는데요.

아이작 아시모프는 ”기술의 발달과 인간의 상호작용”이 SF의 주요한 특징이라고 했고, SF 연구자 다르코 수빈은 라틴어로 새로운 것을 의미하는 ‘노붐(novum)’이라는 개념을 도입하며 SF는 이를 통해 현실과 다른 점을 드러내는 장르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약 8가지 정도의 대표적인 정의 중에서 심완선 평론가가 제일 좋아하는 정의는 ‘SF는 정의할 수 없다’는 정의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거듭 이야기하듯 어떤 작품이 SF이고, SF가 아닌지를 이야기하는기는 어려운 일입니다. 여기에 ‘하드 SF’와 ‘소프트 SF’라는 기준이 불명확하고, 그 때문에 부정확하고 특정 작품에 대해서 멸시적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하는 세부 개념까지도 파고들면 더욱요.

어쩌면 어떤 작품이 SF에 해당될지를 보고자 하자면 서점의 ‘SF 코너’에 비치된 작품들이 가장 정확한 SF의 정의가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농담을 해주시기도 했는데요. 이런 논의를 들으면서 SF를 알기 위해선 직접 여러 작품을 읽어보고 이를 통해 자신만의 SF 지형을 그려보려 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SF 여행법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포스트 이미지

 

북토크에는 진행자 정보라 작가 외에도 스페셜한 게스트가 함께 해주셨습니다. 바로, 지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뜨거운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슈퍼스타 챗GPT가 자리를 빛내주셨는데요. 심완선 평론가가 현장에서 ‘SF 전문가'의 타이틀을 놓고 챗GPT에게 여러 질문을 하고, 그의 답변을 살펴보는 구성이 무척 흥미진진했습니다.

챗GPT에게 SF의 정의 등을 물어보기도 했는데요. 인공지능이 인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과정에서, 숱한 디스토피아 SF 작품에서 보였던 것처럼 기계가 인간을 공격할 일은 없으니 안심하라고 했던 챗GPT의 대답이 웃기면서도 어쩐지 섬뜩하다고 생각했습니다.

SF 전문가 타이틀을 두고 챗GPT와 심완선 평론가가 펼친 숨 막히는 접전이 북토크 내내 펼쳐지던 가운데 갑작스럽게 챗GPT가 정지하면서 부전승으로 심완선 평론가가 승리하게 되었습니다. 기계를 이기려면 기계의 전원을 뽑으라는 농담이 떠오르는 재미난 순간이었죠. 

이외에도 책을 재미있게 읽은 독자를 위해 두근두근 깜짝 퀴즈쇼가 준비되어 있었는데요. 모두의 주목을 받아야 하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깜짝 퀴즈에 답을 맞혀주신 관객분들에게는 심완선 평론가가 준비한 선물이 주어졌습니다.

 


포스트 이미지

 

SF 소설 작가 켄 리우는 단편집 <종이 동물원>의 머리말을 통해 SF와 판타지를 구별하는 데에는 관심이 없다고 밝힙니다. 대신 "이야기의 논리란 대게는 은유의 논리"이며 "어떤 이야기는 속에 있는 은유를 좀 더 선명하게 구현할 뿐"이라고, 이야기를 쓰고 읽는 이유와 그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멋진 말로 꺼냅니다. 

작가는 자기 세포 속의 특정한 배열과 변화를 통해 사유로 분출하고, 이는 척수와 근육을 타고 흘러가 키보드를 치는 행위로 이어지고 종이 위에 기호를 찍어나갑니다. 하늘 속의 별빛은 지금 우리와 공존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수억 년 전에 발생한 과거의 빛인 것처럼, 서로 다른 시간대와 장소에 존재하는 독자와 저자가 그 기호로 희미하게 의사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두고 켄 리우는 "이 모든 과정은 위태롭고 불합리하고 SF처럼 보인다"고 표현합니다. 

서로 다른 기질을 가진 둘 이상의 정신과 사유가 이토록 불완전하게라도, 어떻게든 서로에게 닿는다는 것은 그 자체로 SF적인 기적인 셈입니다. SF라는 그런 게 무엇이냐 묻는다면, 어쩌면 그것은 일상적인 모든 기적의 순간을 보다 세심하게 표현한 것뿐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 북토크로 서로 다른 기질의 스물 이상의 사람이, 정의할 수 없는 'SF'라는 희미한 입자 아래 모인 것 자체도 하나의 기적이자 SF처럼 보인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포스트 이미지

 

<SF와 함께라면 어디든> 구매 링크 바로가기
- 알라딘 / Yes24 / 교보문고 / 인터파크 도서

 

 


 

심완선 크리에이터의 더 많은 글이 읽고 싶다면?

► 심완선 크리에이터의 스테디오 바로가기 

댓글

댓글을 작성해주세요...

댓글이 없습니다.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